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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개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늘 독창적인 시선과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설국열차》 역시 단순한 SF 영화가 아니다. 얼핏 보면 기후 재난 이후 살아남은 인류의 생존기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훨씬 깊고 날카롭다. 계급, 권력, 혁명, 그리고 인간 본성. 문제는 그 열차가 완벽한 계급 사회로 나뉘어 있다는 것. 앞칸에는 부유층과 권력자들이 호화로운 삶을 즐기고, 꼬리칸에는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이 비참한 환경에서 살아간다.
영화의 배경은 2031년. 지구는 혹독한 추위로 얼어붙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멈추지 않는 거대한 열차 안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 안에서의 삶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앞칸에는 부유층과 권력자들이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꼬리칸에는 가난하고 억압받은 사람들이 비참한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나는 그냥 흔한 디스토피아 영화겠거니 했다. 하지만 끝까지 보고 나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 영화는 단순한 생존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의 축소판이었다. 그리고 불편할 만큼 현실과 닮아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묻는다. “우리는 정말 자유로운가?” “혁명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이 시스템 안에서 나는 어디쯤에 서 있는가?” 《설국열차》는 단순한 SF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다.
줄거리
2031년, 인류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살포한 화학물질 때문에 오히려 지구를 얼어붙게 만들어 버렸다. 모든 생명체가 멸종 위기에 처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윌포드’라는 인물이 만든 거대한 열차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 열차는 멈추지 않고 달리며, 내부에는 나름의 질서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질서는 결코 공정하지 않다. 앞칸 사람들은 값비싼 음식을 먹으며 우아한 삶을 즐기지만, 꼬리칸 사람들은 비좁고 열악한 환경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이 불평등한 현실 속에서, 꼬리칸 사람들은 오랫동안 혁명을 준비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를 중심으로 반란이 시작된다. 목표는 단 하나, 열차의 지배자인 '윌포드(에드 해리스)'를 무너뜨리는 것.
그들은 칸을 하나씩 점령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갈수록 예상치 못한 진실이 밝혀진다. 앞칸으로 갈수록 펼쳐지는 화려한 삶, 체제를 찬양하는 세뇌된 아이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정교하게 설계된 시스템의 일부라는 사실.
마침내 커티스는 열차의 최전방에 도착해 윌포드를 만난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된다. 이 혁명조차 열차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며, 꼬리칸의 인구 조절을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다는 것.
그 순간, 커티스는 깨닫는다. 진정한 변화는 단순히 권력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임을. 그는 결국 열차를 멈추기로 결심하고, 마지막 순간 열차는 탈선하며 모든 것이 무너진다.
얼어붙은 세상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는 단 두 명, 아이와 한 여성뿐. 그리고 그들은 눈 덮인 설원을 걷다가 살아 있는 북극곰을 발견한다. 인류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총평 및 후기
1) 단순한 SF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그저 액션과 생존을 다룬 SF 영화가 아니다. 열차는 현대 사회의 축소판이며, 칸마다 나뉘어진 계급 구조는 우리가 사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에서 열차는 절대 멈춰서는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시스템과 닮아 있다. 자본주의든, 정치든, 경제든 우리는 끊임없이 굴러가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정말 멈춰서는 안 되는 것인지 영화는 묻는다.
2) 봉준호 감독 특유의 날카로운 메시지
봉준호 감독은 단순히 불평등을 보여주는 데서 끝내지 않는다. 그는 혁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까지 던진다.
커티스는 처음엔 열차를 점령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는 깨닫는다. 기존 시스템 안에서 권력을 빼앗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결국 그는 열차를 멈추기로 한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변화였다.
이 장면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서도 과연 이런 변화가 가능할까? 우리는 부당한 현실을 바꾸고 싶어 하지만, 정작 시스템 자체를 부수려는 용기를 내긴 어렵다. 결국, 진정한 혁명은 기존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틀 자체를 깨뜨릴 때 가능한 것 아닐까?
3)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솔직히 말하면, 영화를 보고 난 후 한동안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는 너무나 익숙한 시스템 속에서 살아간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주어진 역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당연하게 여긴다.
그런데 이 영화는 묻는다. “그게 정말 당연한 걸까?”
나는 앞으로 내 삶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던 것들을 다시 한 번 의심해보려 한다. 사회가 정해준 길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국열차》는 단순한 SF 영화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어디에 서 있고,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는 과연, 열차가 멈추는 순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