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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옥자 포스터

    1. 영화 소개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항상 장르의 틀을 넘어서 뭔가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날카로운 시선과 깊이 있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 《옥자》도 마찬가지다. 거대한 슈퍼돼지 옥자와 소녀 미자의 우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영화가 다루는 건 단순한 감동적인 스토리가 아니다. 자본주의의 탐욕, 인간성과 윤리, 그리고 우리가 쉽게 외면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처음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나는 그냥 "동물을 사랑하는 따뜻한 이야기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고 나서 알았다. 그 생각이 얼마나 피상적이었는지를. 《옥자》는 아름답고도 잔혹한 영화다. 동화 같지만, 결코 동화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울 같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색깔이 짙게 배어 있다. 동화적인 감성, 블랙코미디, 그리고 현실의 냉혹함까지. 한순간도 편안하게 두지 않는다. 영화 속 옥자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모든 것들의 상징이기도 하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우리가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됐다. 세상은 언제나 효율과 이윤을 우선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건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얼마나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옥자》는 그런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2. 줄거리

    영화는 글로벌 식품 기업 '미란도'가 야심차게 진행한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시작된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기존 돼지보다 크고, 적은 먹이로도 성장하는 슈퍼돼지를 만들어낸 것. 그리고 전 세계 곳곳으로 26마리를 보내 각지에서 키우게 한다.

    그중 한 마리가 한국의 깊은 산골 마을에서 소녀 미자(안서현)와 함께 자란다. 미자에게 옥자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다. 가족이자 친구이며, 둘은 서로 의지하며 산과 들을 뛰어다닌다. 하지만 이 평화로운 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

    미란도 그룹은 10년 후, 각지에 보낸 슈퍼돼지들을 회수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옥자도 끌려가게 된다. 미자는 옥자를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따라가지만, 그녀 혼자서는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동물해방전선이 등장하고, 그들은 미자를 도우려 한다. 하지만 정말 순수하게 돕는 걸까? 아니면 그들도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걸까?

    옥자는 결국 뉴욕으로 끌려가고, 미자는 그곳까지 따라간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녀가 마주한 건 너무나 잔인한 현실이었다. 실험실에서 학대당하는 옥자, 그리고 대량 생산을 위한 수많은 슈퍼돼지들.

    미자는 옥자를 구하기 위해 미란도 그룹의 회장(틸다 스윈튼)과 거래를 한다. 그리고 가까스로 옥자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천 마리의 슈퍼돼지들은 여전히 도살장으로 끌려간다. 미자는 옥자를 구했지만, 이 이야기가 결코 해피엔딩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3. 총평 및 후기

    1) 동물과 인간, 그리고 자본주의의 냉혹함

    이 영화를 보고 가장 강렬하게 남은 질문은 "나는 정말 윤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는가?"였다.

    옥자는 허구의 존재이지만, 우리가 외면하는 현실을 상징한다. 오늘도 수많은 동물들이 공장식 축산 시스템 안에서 희생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별다른 고민 없이 소비한다. 미자는 옥자를 구했지만, 다른 슈퍼돼지들은 여전히 도살장으로 끌려갔다. 그 장면이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 봉준호식 블랙코미디와 현실의 아이러니

    영화는 씁쓸한 블랙코미디가 가득하다. 미란도 그룹은 겉으로는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기업인 척하지만, 실상은 동물 학대를 서슴지 않는다. 동물해방전선(ALF) 역시 완전히 정의롭지만은 않다. 그들은 동물을 위해 싸우지만, 미자의 감정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걸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믿고 소비하는 기업들, 그들이 내세우는 ‘착한 기업’ 이미지가 과연 진짜일까? 영화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허상인지 보여준다.

     

    3) 앞으로 나는…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를 본다고 해서 내가 당장 고기를 끊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공장식 축산이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고기를 먹고, 윤리적 소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외면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제는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거다. 최소한 "이건 어디서 왔을까?" "내가 소비하는 것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될 것 같다.

    영화가 현실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한 번 더 고민하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만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 아닐까?

    그게 어쩌면, 《옥자》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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