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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영화 소개
어릴 적부터 나는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이 많았다. 늘 정해진 틀 속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과 나의 정체성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다른 모습으로 살고 싶었고, 지금과는 전혀 다른 나를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네가 해온 일이 너를 정의하는 거야"라는 말을 들으며, 현재의 나를 받아들이며 살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주먹왕 랄프는 바로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 2012년에 개봉한 랄프는 ‘주어진 역할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찾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오락실 게임 속 악당인 랄프가 더 이상 악당으로만 머무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작되는데 단순한 히어로 서사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는 한 캐릭터의 성장 이야기다.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단순한 게임 캐릭터들이 펼치는 유쾌한 모험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볼수록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시 한번 보았을 때, 이 이야기가 내가 20대 초반시절에 고민했던 이야기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떤 역할은 자기가 선택한 것이고, 어떤 역할은 원하지 않아도 주어진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역할이 곧 나 자신을 규정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주먹왕 랄프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그것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이고, 우리가 맡은 역할을 넘어 더 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2. 줄거리
랄프는 오락실 게임 ‘Fix-It Felix’의 악당 캐릭터다. 게임 속에서 그는 매일 건물을 부수고, 주인공 펠릭스는 그 건물을 고치면서 사람들에게 칭찬과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랄프는 늘 혼자였다. 펠릭스가 영웅으로 대접받는 동안 반대로 랄프는 쓰레기 더미에서 살며 누구도 그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랄프는 더 이상 악당으로만 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게임 속에서 인정받는 히어로가 되기 위해, 영웅의 상징인 메달을 얻고자 결심하고, 다른 게임 세계로 모험을 떠난다.
랄프는 슈팅 게임 ‘히어로즈 듀티’에 들어가 메달을 얻으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또 다른 게임 ‘슈가 러시’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작은 레이싱 게임 캐릭터 바넬로피를 만나게 된다. 바넬로피는 슈가 러시 속에서 ‘버그’라고 불리며 다른 캐릭터들에게 소외당하고 있었다.
랄프와 바넬로피는 처음에는 티격태격하지만 이내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면서 친구가 된다. 랄프는 바넬로피가 꿈꾸던 레이싱에 참가할 수 있도록 돕기로 하고, 두 사람은 함께 최고의 레이서를 향한 도전을 시작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슈가 러시의 통치자인 킹 캔디는 바넬로피가 레이싱에 참가하는 것을 막으려 하고, 한편 랄프는 자신의 게임 ‘Fix-It Felix’로 돌아가지 않으면 게임이 삭제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결국 랄프는 바넬로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고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그는 깨닫는다. 영웅이 된다는 것은 특정한 역할을 맡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진정으로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지켜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3. 총평 및 후기
1) 주어진 역할과 진짜 나 사이에서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정해진 역할을 가지고 살아간다. 직장에서 맡은 업무, 가족 안에서의 역할, 친구들 사이에서의 위치. 그리고 우리는 때때로 그 역할이 나 자신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랄프는 게임 속에서 악당으로 태어났지만, 그가 진짜 악당인 것은 아니었다. 그는 친절했고, 다른 사람을 돕고 싶었으며, 사랑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게임 속 역할이 그를 규정했고, 누구도 그를 다르게 보지 않았었다.
이 장면들을 보면서 나는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 역시 내가 해왔던 일들로 인해 스스로를 한정 지은 적이 있었다. "나는 이 일을 하니까 이런 사람이야", "나는 늘 이런 성격이었으니까 앞으로도 일관되어야 해"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맡은 역할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말해준다.
2) 진짜 영웅이 된다는 것
랄프는 처음에는 단순히 "메달을 따면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모험을 통해 깨닫는다. 진정한 영웅이 된다는 것은,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지켜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도 살면서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쓸 때가 많다. 사회에서 성공하는 것이 곧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내 삶에서 진짜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다.
3) 앞으로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지금 내가 맡은 역할 속에서만 나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까? 그리고 나는 남들의 인정보단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까?
나를 어떤 틀에 가두기보다는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깊이 고민해볼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어떻게 보는지보다 내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우리는 모두 정해진 틀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 틀이 곧 우리를 정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이제는 나는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을 찾기 위해 조금 더 용기 내어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