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1. 영화 소개
2008년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는 한국 스릴러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극한의 긴장감을 조성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충격과 공포, 그리고 씁쓸한 현실을 선사한다.
영화는 전직 경찰이자 현재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엄중호(김윤석 분) 가 자신이 관리하는 여성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사건을 수상하게 여기며 시작된다. 그는 우연히 한 연쇄살인마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를 쫓기 시작한다. 하지만 《추격자》 는 단순한 ‘추격’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장르적 재미를 뛰어넘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비효율적인 경찰 시스템, 개인이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현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비극적 사건들. 이러한 요소들이 얽히면서 영화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의 분위기는 어둡고 음침하다. 서울의 뒷골목, 비 오는 밤거리, 그리고 어딘가에 숨어 있는 연쇄살인마. 하지만 이보다 더 섬뜩한 것은 “악이 얼마나 가까이에 존재하는가” 에 대한 영화의 시선이다. 영화는 잔혹한 장면을 노골적으로 보여주지 않지만, 숨 막히는 긴장감과 심리적 공포로 관객을 압도한다.
특히,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캐릭터는 지영민(하정우 분) 이다. 그는 평범한 얼굴과 무심한 태도를 가진 인물로, 우리가 길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인간을 사냥하듯 죽이는 괴물이 숨어 있다. 그의 존재 자체가 영화가 던지는 가장 무서운 메시지다. “살인자는 우리 곁에 있다.”
또한, 영화에서 가장 안타까운 존재는 미진(서영희 분) 이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 하지만, 세상은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다. 경찰도, 업주도, 심지어 우연히 만난 사람들조차도 그녀의 비명을 외면한다.
《추격자》 는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을 강렬하게 마주하게 만드는 영화다.
2. 줄거리
이야기는 전직 형사였던 엄중호(김윤석 분) 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지금은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며, 돈을 벌기 위해 여성들을 손님에게 보내는 일을 한다. 하지만 최근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보내던 여성들이 하나둘씩 연락이 끊기고, 마치 증발하듯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도망친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라진 여성이 이미 여러 명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불안해진다.
그렇게 그는 마지막으로 보낸 여성 미진(서영희 분) 에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그녀의 휴대전화는 낯선 남자의 손에 들려 있다. 그리고 그 남자는 무언가를 숨기려는 듯 태연하다. 중호는 직감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그를 쫓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지영민(하정우 분) 을 붙잡는다. 하지만 지영민은 놀라울 정도로 태연하다. 심지어 경찰서에서 스스로 “내가 죽였어요.” 라고 자백까지 한다. 그러나 경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의 자백을 믿지 않는다. 영장은 발부되지 않고,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한 실종 사건으로 취급하며 시간을 흘려보낸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무능한 시스템 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경찰은 서류 작업과 관료적 절차에 얽매여 있으며, 살인마를 붙잡을 결정적 순간들을 허무하게 놓쳐 버린다. 중호는 점점 초조해진다. 지영민이 풀려나기 전에 미진을 찾아야 한다.
한편, 미진은 아직 살아 있다. 하지만 그녀는 깊은 어둠 속에서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하며 버티고 있다. 그녀는 딸에게 돌아가고 싶다. 그녀는 살고 싶다. 하지만 그녀의 희망은 점점 희미해져 간다.
결국 영화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중호는 끝까지 뛰고, 미진은 끝까지 버틴다. 하지만 결과는 너무도 허망하다. 살인마는 풀려나고, 피해자는 구해지지 못한다. 그리고 경찰은 그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
3. 총평 및 후기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는 오랫동안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너무도 현실적인 공포를 그려낸 영화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소름 끼쳤던 것은, 지영민이라는 캐릭터 였다. 그는 광기에 사로잡힌 연쇄살인마지만, 영화는 그를 괴물처럼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것이 가장 두려웠다. 그는 길에서 스쳐 지나갈 법한 사람이었고, 어쩌면 우리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영화는 시스템의 허점 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경찰은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았고, 살인마는 법과 절차의 틈을 이용해 빠져나갔다. 결국 가장 고통받는 것은 힘없는 피해자들이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세상이 얼마나 냉정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도움을 요청할 때, 과연 누가 손을 내밀어 줄까?
혹은 우리도 언젠가 외면하는 사람 이 되지는 않을까?
앞으로 나는 더 주의 깊게 주변을 살피고 싶다.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할 때, 단순히 “다른 사람이 도와주겠지.” 라고 생각하는 대신,
내가 먼저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은 차갑고, 시스템은 구멍투성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모두 냉정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추격자》 는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외면했던 현실을 강렬하게 마주하게 하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를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