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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영화 소개
어릴 적, 할머니와 아빠 손을 잡고 가족 묘지를 찾았던 기억이 난다. 그곳은 왠지 조용하면서도 포근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나는 할머니가 묘 앞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보며, "할머니는 돌아가신 분이 들을 수 있다고 믿는 걸까?" 하고 궁금해했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아온 사랑과 기억을 이어가는 방식이었던 것같다.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코코 (Coco)》는 바로 그런 이야기다. 죽은 이들을 기억하고, 가족이라는 유대가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단순히 ‘사후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그리고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 한 사랑도 영원히 남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나는 단순히 색감이 화려한 멕시코의 ‘망자의 날’을 배경으로 한 어린 소년의 모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 나는 예상치 못한 감정에 휩싸였고 나도 할머니와 아빠의 행동처럼 닮아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영화 속 이야기인데도 마치 내 가족의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마음이 먹먹해졌고, 가슴 깊이 따뜻함이 퍼졌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랑했던 사람들과 함께한 순간들, 그들이 남긴 따뜻한 말 한마디, 그리고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는 방식.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문득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떠올렸고, 그리움과 동시에 묘한 위로를 받았다.
2. 줄거리
영화의 주인공은 12살 소년 미구엘이다. 그는 작은 마을에서 구두를 닦으며 살지만, 사실 그의 마음속에는 음악에 대한 꿈을 품고 살고 있다. 하지만 그의 가족은 대대로 음악을 금기시해왔다. 오래전, 그의 증조할머니 ‘이멜다’는 남편이 음악을 하겠다며 가족을 떠난 후 혼자 딸을 키우며 살아야 했다. 그 이후로 가족은 음악을 ‘저주’라고 여기며 엄격하게 금지해 왔다.
하지만 미구엘은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 데 라 크루즈를 우상으로 삼고 몰래 음악을 연습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망자의 날에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을의 음악 경연대회에 나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기타가 없던 그는, 마을 묘지에 있는 에르네스토의 무덤에서 그의 기타를 훔쳐 연주한다. 그리고 그 순간,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 미구엘은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 되고, 대신 망자들이 있는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망자의 세계에서 미구엘은 죽은 친척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그가 살아 있는 상태로 이곳에 왔다는 것을 알고 놀란다. 그곳에서 미구엘은 가족의 축복을 받아야만 다시 인간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가 다시는 음악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만 축복을 해주겠다고 한다.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던 미구엘은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를 찾아가면 음악을 할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거라 믿고, 가난한 영혼 헥터와 함께 그를 찾아 나선다. 헥터는 미구엘이 살아 있는 가족에게 자신의 사진을 전해 주기를 부탁하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미구엘은 곧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된다. 사실 헥터야말로 자신의 진짜 증조할아버지였고, 에르네스토가 그를 독살하고 그의 노래를 훔쳐 유명해졌다는 것이었다. 미구엘은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살아 있는 세계에서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결국, 미구엘은 헥터와 함께 가족의 사랑과 희생을 깨닫게 되고,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는 현실 세계로 돌아가, 할머니 코코에게 헥터의 존재를 다시 기억하게 함으로써 그를 완전히 사라지지 않게 만든다.
3. 총평 및 후기
1) ‘기억’이란 무엇일까?
이 영화를 보고 가장 깊이 남은 메시지는 "우리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흔히 사람이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끝나는 순간은 그 사람이 잊혀질 때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나도 가끔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떠올린다. 어릴 적, 나는 할아버지해주신 간식거리를 먹으며 마당에서 뛰어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할아버지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으셨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억과 목소리는 조금씩 흐릿해지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할아버지가 내 마음속에 살아 있다는 걸 느낀다.
2) 가족은 우리를 묶어 두는 존재가 아니라, 지켜주는 존재
미구엘은 가족이 자신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깨닫는다. 가족이란 우리를 억압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길을 잃었을 때 돌아갈 곳이 되어주는 존재라는 것.
나는 어릴 때 부모님과 갈등이 많았다. 내 꿈을 이야기하면 “그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속상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은 포기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더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돕기 위한 걱정이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지금 어른이 된 내가 이제서야 그 의미를 깨닫는 것 같다.
3) 앞으로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문득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사진을 다시 꺼내 보았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좋아하셨던 노래를 틀어 놓고, 혼자 작은 목소리로 따라 불렀다. 나는 할아버지를 기억하는 한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함께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나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순간을 더 많이 기억하고, 더 많이 표현하고 싶다. 때때로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과의 시간을 미루거나, 사랑한다고 말할 기회를 놓칠 때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자주 사랑을 표현하며 살아가고 싶다.
《코코》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기억과 가족,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는 더 이상 ‘죽음’을 슬프게만 바라보지 않기로 했다.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을 기억하는 한, 그들은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남아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나는, 소중한 사람들을 더 많이 기억하며 살아가기로 했다.